멀리 보이는 섬을 이어주던 물길은
이제는 물길이 막혀 배를 허옇게 드러내고
열발을 열심히 움직이며 옆으로 걸가가던 게는
다리를 집어치우고 대신에 바퀴를 달고
거품을 이고 다니던 게 딱지는
이제는 흙을 담아 나르는 상자를 등에 얹었다
바람을 좋아하던 갈대와 억새는
진흙과 뒤범벅이 되어 누구네집 담장
돌 사이에 끼어져 신음하며 고통속에 시들어 가고
달 빛을 받아 황홀하게 반짝이며 온 밤을 살아 숨쉬던 갯벌은
시커먼 말뚝을 가슴에 박아 죽어간다
회색빛 무거운 시멘트는 덩어리들을 이루어
채곡채곡 쌓이어 태양을 가려버렸고
두발 달린 생명들이 하나 둘 머리에 짐을 이고 들어와서
얼굴에 마스크를 잔뜩 가리고 회색 덩어리들을 오르내리락 하다가
시간이 되어지면 멀리 멀리 밝은 태양을 찾아 온 곳을 방황한다.